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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충남 서산까지 간다고 하면 "거기까지 당일치기가 되냐"고 묻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그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해미읍성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끼고, 체체게하우스에서 커피 한 잔으로 숨을 고르고, 운산손칼국수로 마무리한 하루였는데, 세 곳이 성격이 달라서 오히려 코스가 잘 맞았습니다.

     

    해미읍성, 산책하러 갔다가 발이 묶였습니다

    가볍게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서니 그 생각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훨씬 컸고, 분위기 자체가 달랐습니다.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22년인 1491년에 완성된 석성(石城)입니다. 석성이란 흙이 아닌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성벽 구조물을 뜻합니다. 둘레 약 1.8km, 높이 5m, 총면적 약 196,381㎡에 달하며, 고창읍성·낙안읍성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읍성으로 꼽힙니다. 읍성(邑城)이란 마을 전체를 성벽으로 두른 평지형 성을 말하며, 군사적 기능과 행정적 기능을 동시에 갖춘 구조입니다. 1963년 1월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사적공원으로 운영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성 안을 걷다 보면 동·남·서 세 방향으로 문루가 트여 있어 바람이 잘 통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산책 코스로도 충분히 좋았고, 단순한 유적지 관람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성내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300년 된 회화나무 앞에서 발이 멈췄습니다. 조선 말 천주교 박해 당시 수많은 신자가 이 나무에 머리채를 묶인 채 매달려 고문을 당했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나무 줄기에는 지금도 철사 줄이 박혀 있었습니다. 특히 1866년 병인박해(丙寅迫害) 때에는 1천여 명이 이곳에서 처형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병인박해란 흥선대원군 집권 시기 천주교 신자들을 대규모로 탄압한 사건으로, 국내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순교 사건으로 기록됩니다(출처: 문화재청).

    성문 밖 도로변에는 자리개돌도 있습니다. 자리개돌이란 고문을 버텨낸 신자들을 그 위에 내리쳐 살해했던 돌을 말하며, 지금도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눈앞에서 확인하는 경험은 어떤 설명보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방문 전에 알아두면 좋은 기본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장료: 무료, 주차 공간 별도 운영(무료)
    • 하절기(3~10월): 오전 5시 ~오후 9시
    • 동절기(11월~2월): 오전 6시~오후 7시
    • 체험 시설: 승마, 국궁, 씨름장, 전통찻집 운영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고, 어른들도 재미를 느낄 만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체체게하우스, 서산에 이런 카페가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서산 카페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사진만 봤을 때는 서울 성수나 연남동 어딘가의 감성 카페인 줄 알았으니까요.

    체체게하우스는 충남 서산시 한마음5로 89에 위치해 있습니다. 영업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입니다. 방문 전에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주차는 카페 바로 옆 석림동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는데, 무료입니다. 저도 처음엔 주차 걱정을 했는데 막상 와보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카페 주변은 조용한 주택가 골목인데, 그 안에 이 건물만 사람들로 가득한 게 멀리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인테리어는 우드톤 계열로 통일되어 있고, 통창(通窓) 구조로 되어 있어 개방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통창이란 벽면 전체 또는 상당 부분을 유리로 마감한 창호 방식을 뜻하는데, 채광이 좋은 날에는 햇살이 카페 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벚꽃 시즌이 지난 뒤라 인스타에서 보던 뷰와는 조금 달랐지만, 공간 자체의 분위기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이런 공간은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지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벚꽃 없는 흐린 날도, 눈 내리는 겨울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메뉴는 커피, 티, 아이스크림 계열 음료가 중심입니다. 브런치 메뉴는 운영하지 않으니 식사는 미리 해결하고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제가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산미 없이 가볍게 마시기 좋은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인상적이었던 건 치즈 테린느였습니다. 테린느(Terrine)란 본래 프랑스 요리에서 재료를 틀에 눌러 굳혀 만든 요리를 뜻하는데, 카페식으로는 꾸덕하고 진한 치즈 케이크 형태로 나옵니다. 한 입 먹고 나서 다음에 또 오게 만드는 맛이었습니다. 바 테이블에 앉아 사장님께 사진 촬영을 부탁드리면 통창 문을 열고 직접 찍어주신다는 점도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운산손칼국수, 크림칼국수라는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칼국수라고 하면 멸치 육수에 담백한 국물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크림칼국수라는 메뉴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맛 상상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운산손칼국수는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곳으로, 개심사와 문수사 인근을 찾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는 동네 맛집 분위기입니다. 최근에는 매장을 확장 이전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인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오던 곳이었는데, 제가 직접 방문한 이유는 오로지 크림칼국수 때문이었습니다.

    주문은 얼큰칼국수와 크림칼국수, 그리고 감자전으로 했습니다. 감자전이 먼저 나왔는데, 가위로 자르는 순간부터 바삭한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동시에 났습니다. 테두리만 바삭한 게 아니라 전체가 고르게 구워진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얼큰칼국수는 미나리, 김가루, 호박, 콩나물이 들어가고 국물이 붉고 깊었습니다. 칼국수의 핵심은 면발의 탄력과 국물의 깊이인데,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크림칼국수. 브로콜리와 소시지, 베트남고추가 들어간 비주얼은 한식이라기보다 퓨전 요리에 가까웠습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먹어봤는데, 딱 떠오른 표현이 사골곰탕에 크림스프를 섞어놓은 맛이었습니다. 자칫 느끼할 수 있지만 베트남고추가 들어가 먹다 보면 개운하면서 매콤한 맛이 올라오는데,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크림칼국수를 먹으러 서산을 다시 찾을 의향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식사 후에는 카운터에 셀프 커피가 준비되어 있어 마무리까지 챙겨줍니다.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가게 앞 벤치 위 바구니에서 번호표를 미리 챙겨두시는 게 좋습니다.

     

    서산이 멀다고 망설이는 분들이 있는데, 제 경험상 한 번 가보면 생각보다 가깝다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해미읍성에서 역사의 무게를 몸으로 느끼고, 체체게하우스에서 잠깐 쉬고, 운산손칼국수로 배를 채우는 이 흐름은 코스로서도 꽤 자연스럽습니다. 다음 봄 벚꽃 시즌에는 체체게하우스를 다시 찾아볼 생각입니다. 그때는 사장님께 통창 앞 사진도 꼭 부탁드릴 예정입니다.


    참고: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ef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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