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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동 한 그릇에 900엔. 그것도 두 시간밖에 영업 안 하는 집 앞에 혼자 온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곳에서요. 저는 그 줄을 보는 순간 "아, 제대로 찾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 오로지 우동만 먹으러 여행가보는게 로망이었는데, 막상 다카마쓰 공항에 내려서 시내버스 타고 30분도 안 돼 도착했을 때 이 도시가 얼마나 작고 조용한지 처음엔 살짝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당황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타 우동 한 그릇이 저를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다카마쓰에 있는 후게츠 수타우동

    다카마쓰에서 맛보는 첫번째 수타우동

    인천에서 에어서울 직항을 타면 다카마쓰까지 갈 수 있습니다. 공항 자체가 워낙 작아서 나오자마자 바로 버스 티켓 카운터가 보이고, 900엔짜리 공항버스 티켓을 끊으면 30분 간격으로 시내까지 연결됩니다. 저는 운 좋게 내리자마자 버스가 와서 바로 탔어요.

    도심에 도착하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수타 우동 후게츠'였습니다. 두 시간만 영업한다는 말에 웨이팅이 무서웠지만 일단 갔는데, 혼자 온 손님들이 이미 줄을 서 있더라고요. 한 20분 기다린 끝에 받아 든 건 '카시와텐 오로시'. 여기서 카시와텐이란 닭튀김, 오로시란 무즙을 뜻합니다. 면이 탱글하고 닭튀김은 후추 베이스인데, 후추 좋아하시는 분들은 정말 환장하실 맛이에요. 저는 제가 먹은 우동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카마쓰는 일본 소도시를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데, 오히려 여행 난이도는 소도시가 훨씬 쉽습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가게도 많고, 숙소 직원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경우도 있었어요. 제가 묵은 호텔은 4박에 35만 원 정도였는데, 샤워장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고 호텔 직원이 한국어를 구사해서 꽤 편했습니다.

    • 공항버스: 900엔, 30분 간격 운행, 하차 시 티켓 제시
    • 수타 우동 후게츠: 하루 2시간만 영업, 카시와텐 오로시 900엔
    • 호텔 윙: 4박 약 35만 원, 샤워·화장실 분리, 한국어 가능 직원
    • 교통 주의: 버스 배차 간격 30분, 자전거 이동이 현지인 기본 수단
    요약: 다카마쓰는 공항부터 시내까지 접근이 쉽고, 소도시 특유의 조용함 속에 수타 우동이라는 강력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터우동부터 이자카야까지 

    다카마쓰에서 우동을 여러 군데 먹다 보면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우동집은 대부분 오전에 열어서 오후 3~4시면 닫는다는 것. 여기서 브레이크 타임이란, 낮 장사를 마치고 저녁 영업 전까지 쉬는 시간을 뜻하는데, 다카마쓰 우동집 대부분이 이 브레이크 타임 이후로는 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우동은 무조건 아침이나 점심 타이밍에 맞춰 움직여야 해요.

    둘째 날 아침에 간 사카에다 우동에서 먹은 버터 우동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계란 튀김과 닭가슴살 튀김을 곁들이고 거기에 파와 후추를 추가했는데, 짭조름함과 버터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정말 몰랐어요. 한국에서 명란버터 파스타가 최소 15,000원인데, 여기선 5,000원대에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더라고요. 사카에다에서는 튀김을 셀프로 고를 수 있고, 가마타마 우동이 기본 메뉴입니다. 여기서 가마타마란 솥에서 갓 삶은 면에 날달걀을 올려 비벼 먹는 방식의 우동을 뜻합니다.

    우동 말고도 다카마쓰에서 꼭 챙겨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이자카야와 닭구이인데요. 에비스라는 이자카야에서 오뎅탕과 도레카와 교자를 먹었어요. 여기서 도레카와 교자란 닭껍질을 넣은 만두를 뜻합니다. 사장님이 한국어를 꽤 잘 하셨고, 간장에 찍지 말고 겨자 소스로 먹으라고 직접 알려 주시더라고요. 총 1,340엔에 생맥주까지 곁들였으니 가성비가 미쳤죠. 또 하루는 호네츠키도리 전문점에 갔는데, 여기서 호네츠키도리란 뼈 있는 통닭구이를 뜻하고 다카마쓰의 대표 향토음식입니다. 어린 닭을 구워 양배추 무한 리필과 함께 내주는데, 현지인들이 웨이팅을 하는 이유를 한 입에 이해했습니다.

    쿠이신보라는 이자카야에서 오무소바도 먹었어요. 오무소바란 오므라이스와 야키소바를 합친 메뉴로, 철판 위에서 바로 만들어주는 퍼포먼스까지 포함해 1,000엔이 안 됩니다. 계란이 포슬포슬하고 부드러워서 "왜 일본 계란은 다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이었어요. 다카마쓰 이자카야 2만 원이면 생맥주에 쿠시카츠 풀코스가 가능하다는 것도 직접 경험해보니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출처: 일본 국가관광청(JNTO))

    요약: 다카마쓰의 맛은 우동에서 시작해 닭구이와 이자카야로 완성됩니다. 우동집 영업 시간을 미리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볼만한 곳 (리쓰린 공원·포카포카온천) 

    다카마쓰가 "별로 볼 거 없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저는 4박 5일 내내 근교도 안 가고 시내에서만 있었는데, 심심한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리쓰린 공원, 포카포카 온천, 유메타운과 로프트까지 동선이 생각보다 꽉 찼어요.

    리쓰린 공원은 입장료 500엔인데, 들어가자마자 그 초록초록한 풍경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여름의 다카마쓰는 정말 덥기 때문에 아침 일찍 가는 걸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는 30~40분을 걸었는데 자연 사우나 수준의 땀을 흘렸어요. 그렇지만 땀흘리며 걸을 만한 가치는 있엇습니다. 주황색 잉어들이 유유히 떠다니는 연못 풍경이 그대로 엽서 같더라고요. (출처: 리쓰린 공원 공식 사이트)

    포카포카 온천은 다카마쓰역에서 67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하루 네 번 운행합니다. 여기서 포카포카란 일본어로 '보글보글'을 뜻하는데, 온천에서만 쓰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입장료는 9,000원 수준이고, 야외 온천 옆에 선베드가 있어서 몸을 담그고 나와 누워 있으면 진짜 신세계입니다. 버스 배차가 워낙 불규칙해서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시간 계산을 철저히 하셔야 해요. 온천 후에 현장에서 파는 우유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우유 향이 진하고 부드러워서 꼭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쇼핑은 유메타운과 로프트에서 해결했습니다. 지유(GU)에서 옷을 일곱여덟 벌 샀는데 총 15만 원 정도였어요. 로프트에서는 투명 파우치와 WPC 양산을 추천하는데, 특히 양산은 가볍고 작아서 여행 중 선물용으로도 손색없습니다. 저는 이번여행에서 지인 선물용도로 양산을 여러개 구매해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느나라를 가던지 마트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일본 마트도 간장 코너만 해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고, 야키소바 빵이나 계란초밥이 129엔이라는 사실은 처음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카마쓰 현지 생활물가를 알아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리쓰린 공원: 입장료 500엔, 아침 방문 강력 추천
    • 포카포카 온천: 67번 버스, 하루 4회 운행, 입장료 약 9,000원
    • 심볼 타워 전망대: 29층, 무료, 바다가 보이는 파노라마 뷰
    • 유메타운·로프트: 더위 피하기 + 쇼핑, 지유 15만 원에 7~8벌
    • 다이소 팁: 일본 전용 110V 충전기 300엔, 보조배터리도 판매
    요약: 다카마쓰는 우동만의 도시가 아닙니다. 공원·온천·쇼핑까지 촘촘히 채울 수 있고, 현지인 비율이 80%에 가까운 '숨은 보석' 소도시입니다.

    마지막 날 아침, 공항에 가기 전 체력을 한껏 끌어모아 사카에다 우동에 재방문했습니다. 소고기 우동과 명란버터 우동을 같이 시켰는데, 두 그릇이 많아 보여도 다카마쓰 우동은 양이 많지 않아서 둘 다 거뜬히 비웠어요. 짭조름함과 버터가 이렇게 잘 맞는 조합인 줄, 다카마쓰 오기 전까진 몰랐습니다. 다카마쓰는 "별로 볼 게 없다"는 말이 사실 맞을 수도 있어요. 화려한 건 없습니다. 근데 저는 그 조용함이 좋았고, 우동 한 그릇이 주는 만족감이 이 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가장 저렴한 일본 소도시 항공권을 클릭했을 때, 그 목적지가 다카마쓰여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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