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얼리오븐 소금빵 (동편마을, 초코바게트,왁뿌소금빵)
소금빵에 푹 빠진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질 않지만 여전히 '소금빵'이라는 세글자만 보면 손이 먼저 반응합니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하나만 먹어볼까?' 스스로 타협하게 되기도 하고요. 안양에도 그런 소금빵맛집이 있다기에 찾아가 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로 그 느낌.실제로 소금빵 바닥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더니 진짜로 소리가 납니다. 바삭한 소리가. 그때부터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얼리오븐, 동편마을에 가야하는 이유
인덕원 동편마을은 카페가 워낙 많아서 이미 '카페 지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동네입니다. 빵집도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 얼리오븐은 이름이 꽤 자주 들립니다. 제가 처음 이 가게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입소문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한 곳이더군요. 여기서 생활의 달인이란, 특정 분야에서 오랜 시간 기술을 갈고닦은 장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방송에 나왔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엔 직접 가봤을 때 납득이 됐습니다.
매장 내부는 협소한 편입니다. 테이블이 4개 안팎이라 만석이면 포장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런데 손님은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더라고요. 평일 점심 시간대에 갔는데도 일부 빵은 이미 비어 있는 자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규모 대비 메뉴 종류는 꽤 됩니다. 소금빵 계열만 해도 기본, 소프트, 크림, 명란, 글레이즈드, 왁뿌(망고·두바이피스타치오)가 있고, 크루아상, 바게트, 치아바타, 초코바게트 계열도 있습니다.
소금빵의 핵심은 겉바속촉, 그리고 초코바게트
직접 먹어보니, 얼리오븐 소금빵이 다른 소금빵과 뭐가 다른지 어느 정도 감이 왔습니다. 핵심은 식감입니다. 겉보기엔 여느 소금빵이랑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바닥을 톡톡 두드리면 진짜 바삭한 소리가 납니다. 여기서 바삭함이란 단순히 겉이 마른 게 아니라, 버터가 바닥 전체에 배어 있어서 씹는 순간 부서지는 느낌입니다. 안쪽은 반대로 쫀득하면서 촉촉합니다. 이 대비가 포인트입니다.
저는 왁뿌소금빵, 기본 소금빵, 초코가나슈바게트를 담았습니다. 평일 낮에 방문했는데 운좋게도 마지막 하나 남은 망고왁뿌소금빵을 가져올수있었습니다. 소금빵 겉을 감싼 화이트 초콜렛을 손으로 '빠작'하고 깨먹는 재미가 있어서 SNS에서 보고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직접 먹어보니 화이트초콜렛과 생망고, 그리고 소금빵의 조화가 놀랍게도 잘 맞아서 신기했던 메뉴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한정된 수량으로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초코바게트는 달콤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짭짤한 맛이 도드라져서 의외였습니다. 초코바게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단짠단짠'입니다.
- 기본 소금빵: 짭짤하고 고소하며, 바닥 바삭함이 가장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 명란 소금빵: 명란맛이 강하게 올라오는 편으로, 명란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합니다.
- 초코 바게트: 바닥이 탄 느낌이 강하고 탄맛이 도드라져, 재구매 의향이 낮았습니다.
- 왁뿌 소금빵(망고): 생망고 반통이 그대로 들어가고, 요거트의 상큼함과 망고스프레드의 달달함이 소금빵의 바삭함과 만나는 조합입니다.
왁뿌 소금빵, 망고, 그리고 가격 이야기
'왁뿌'가 뭔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저도 매장에서 보고 그냥 넘어갔다가 나중에 검색해봤는데, 빵 위에 크림이나 필링을 왁 부어서 만드는 방식을 일컫는 말이더군요. 여기서 왁뿌란 크림이나 과일 등을 빵 위에 넉넉하게 얹어 제공하는 플레이팅 방식을 의미합니다. 얼리오븐의 왁뿌 소금빵은 망고와 두바이피스타치오 두 가지 맛이 있습니다. 망고 버전은 생망고가 반통 가까이 들어가고, 요거트의 상큼함과 망고스프레드의 달달함이 더해져서 혈당이 오를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가는 맛입니다.
가격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바게트 단품이 3,800원인데, 샌드위치는 콩나물 국밥 다섯 그릇 값 수준입니다. 처음엔 잠깐 눈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살구잼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어보니,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 살구잼, 발사믹 글레이즈드, 아몬드가 들어간 구성이라 이 조합이면 납득이 됩니다. 여기서 발사믹 글레이즈드란 발사믹 식초를 졸여서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를 말합니다. 바게트가 굉장히 단단해서 이빨로 열심히 뜯어먹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바게트 단품만 사서 집에서 재료 얹어 먹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참고로 얼리오븐은 범계역에 2호점도 생겼습니다. 인덕원까지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범계역 쪽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동편마을 카페 거리 및 주변 맛집 정보는 안양시 공식 관광 안내 사이트에서도 일부 확인 가능합니다 (출처: 안양시 관광정보).
다시 갈 이유가 생겼는가, 솔직한 정리
소금빵 하나에 팬이 생긴다는 게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대구에 사는 지인이 한 번 먹고 소금빵을 100개 냉동 쟁여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도 냉동해도 냉동빵 특유의 퍼진 식감이 안 나온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집에 가져간 소금빵을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다음날 꺼내먹었을 때도, 식어도 충분히 맛있었거든요. 이건 직접 겪어보니 진짜였습니다.
모든 메뉴가 다 좋진 않습니다. 초코바게트는 탄맛이 강해서 같이 간 분이 한 입 먹고 내려놓았고, 명란소금빵은 명란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분명히 갈립니다. 소금빵 맛집을 찾고 있다면, 겉이 밋밋하게 생긴 이 빵을 바닥부터 한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소리가 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