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여름여행 (프리미엄버스, 오션플레이, 쏠비치조식)
동해안 풍랑특보, 입수 제한. 스노쿨링을 위해 삼척까지 갔다가 바다에 발 한 번 못 담갔습니다. 솔직히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여행은 제가 최근 몇 년 사이 한 여행 중 가장 알차게 마무리됐습니다. 날씨가 망쳐도 여행이 살아남는 구조가 있다는 걸 이번에 몸으로 배웠습니다.

프리미엄버스 타고 비 예보 속 삼척으로
1박 2일 내내 비와 구름 예보라는 걸 알면서도 직장 때문에 일정을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물놀이 준비는 이미 다 마쳐둔 상태였고,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갈 거라면 이동이라도 편하게 하자 싶어서 서울 경부고속버스터미널에서 삼척행 프리미엄버스를 예약했습니다.
여기서 프리미엄버스란, 일반 고속버스와 달리 좌석이 완전히 눕혀지는 리클라이너 형태로 구성된 버스입니다. 서울에서 삼척까지 약 3시간 거리인데, 새벽같이 일어난 몸으로 그냥 일반 버스를 탔다면 꽤 고됐을 것 같습니다. 중간에 횡성휴게소에 한 번 서는데, 그 전까지 약 1시간 반을 누운 채로 잤습니다. 완전히 숙면이었습니다. 피곤했던 몸이 씻은 듯이 개운해진 채로 횡성휴게소에 내려서 소떡소떡이랑 핫도그를 집어 들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여행 온 기분이 제대로 났습니다. 이것만으로도 프리미엄버스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삼척터미널에 도착하니 터미널이 정말 작고 황량했습니다. 주변에 아침밥을 먹을 만한 식당도 없었는데,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으니 식당이 들어올 이유가 없죠. 걸어서 삼척시장 쪽으로 이동했더니 가게는 제법 있었지만 일요일이라 문 연 곳보다 닫힌 곳이 더 많았습니다. 결국 롯데리아에서 아침을 해결했고, 그 직후 재난문자가 왔습니다. 동해안 바다 입수 제한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호항어촌계에 바로 전화를 해서 당일 스노쿨링이 가능한지 직접 확인했습니다. 역시나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SNS에서 봐왔던 에메랄드빛 얕은 해변에서 스노쿨링을 하겠다는 계획이 그렇게 아침 일찍 무너졌습니다.
쏠비치 오션플레이, 야외 파도유수풀의 진짜 정체
바다가 막혔으니 플랜 B는 쏠비치 삼척의 오션플레이 워터파크였습니다. 입장권은 현장에서 투숙객 할인을 받는 것보다 네이버에서 사전 구매하는 게 더 저렴했습니다. 이 부분은 꼭 미리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숙소 체크인 전까지 남는 시간을 오션플레이에서 보냈는데, 예상보다 훨씬 잘 놀았습니다.
여기서 오션플레이란, 쏠비치 삼척 내에 위치한 실내외 복합 워터파크 시설입니다. 방문객 구성을 보면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가 대다수였고, 실내 시설도 그에 맞게 설계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실내 슬라이드는 튜브를 타고 안정적인 속도로 이동하는 방식이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진짜 재밌는 건 야외에 있었습니다. 익스트림파도유수풀이라고 불리는 시설인데, 처음엔 그냥 튜브 타고 둥둥 떠다니는 유수풀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들어가 보니 파도풀 기능이 더해진 복합 시설이었습니다. 파도가 치면 몸이 급격하게 오르내리고, 물의 흐름에 따라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흘러갑니다. 하루 종일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풍랑특보가 내릴 만한 날씨였던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야외에서 시간이 길어지자 몸이 점점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야외 온수풀에 들어가서 체온을 끌어올린 뒤 다시 유수풀로 이동하는 방식을 반복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일찍 물놀이를 마쳐야 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체감이 완전히 달랐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 오션플레이 입장권: 투숙객 현장 할인보다 네이버 사전 구매가 더 저렴한 경우 있음. 반드시 비교 후 구매 권장.
- 익스트림파도유수풀: 유수풀+파도풀 복합 시설. 파도에 따라 몸이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성인도 충분히 재미있음.
- 야외 이용 시 주의: 바람이 강한 날은 야외 온수풀을 중간중간 활용해 체온 유지 필요.
- 타깃 연령: 주 이용층은 가족 단위, 실내 시설은 아이 중심 설계 비중이 높음.
쏠비치 조식과 체크인, 알아야 손해 안 보는 것들
체크인할 때 중요한 정보를 하나 드리자면, 소노리조트 계열인 쏠비치는 뷰 좋은 방을 잡으려는 투숙객들이 체크인 시작 전부터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리조트가 아닌 호텔 동으로 예약을 했는데, 호텔 건물 로비로 바로 이동했더니 대기 없이 수월하게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리조트 안에서도 예약 유형에 따라 체크인 동선이 달라지니, 본인이 예약한 객실 유형을 미리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소노리조트란, 쏠비치를 포함한 대명소노그룹 계열의 리조트 브랜드를 말합니다. 쏠비치 삼척의 경우 객실에 인당 생수 한 병, 일회용 슬리퍼를 제공하고, 욕실에는 샴푸·컨디셔너·바디워시가 다회용 공병으로 구비되어 있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세면도구를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했습니다. 단, 칫솔과 치약은 제공하지 않으니 이것만큼은 반드시 챙겨가야 합니다. 또 옷장 안에 건조대가 따로 비치되어 있어서 젖은 수영복을 객실에서 바로 말릴 수 있었는데, 바다·워터파크 여행에 맞춰 설계된 숙소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쏠비치 조식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성인 1인당 약 4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잠깐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훈제연어, 프렌치토스트, 쌀국수, 고등어구이, 불고기, 베이커리까지 한식과 양식이 고르게 갖춰져 있었고, 음식 회전이 빨라서 항상 신선한 상태로 나왔습니다. 5성급 호텔 조식과 비교해도 만족감이 밀리지 않았습니다.
조식은 1부 오전 7시 시작이고, 식사 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것입니다. 음식 회전이 빠른 만큼 일찍 들어갈수록 처음 세팅된 신선한 음식을 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삼척에서 스노쿨링 명소로 유명한 장호항이나 용화해변 같은 곳은 날씨가 좋을 때는 당연히 최고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날씨가 변수가 되는 상황, 혹은 여름이 아닌 계절에도 쏠비치 삼척은 워터파크부터 조식까지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여행 자체가 완결되는 구조입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바다가 막혔을 때 대안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지로 삼아도 충분하다는 게 이번 여행에서 직접 확인한 결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바다에 못 들어가고 돌아온 여행이 이렇게 찜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 스노쿨링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는데도 프리미엄버스에서 숙면을 취하고, 파도유수풀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놀고, 다음 날 아침 조식을 접시 가득 담아 먹으면서 여행이 채워졌습니다. 날씨 때문에 여행을 망설이고 있다면, 일정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플랜 B를 먼저 확실하게 세워두는 쪽이 낫습니다. 저는 그 플랜 B가 꽤 괜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