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태 1박2일 먹방여행 (마라샹궈, 개불덮밥, 가성비)
해외여행 가고 싶은데 일정도 짧고 예산도 빠듯하다 싶을 때, 저도 항상 스카이스캐너를 켜고 가장 저렴한 항공권부터 찾아봅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중국 연태, 즉 옌타이(烟台)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연태? 거기가 어디야?" 싶었어요. 칭다오도 아니고, 상하이도 아니고, 대련도 아닌 생소한 이름. 근데 검색하면 할수록 가야겠다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1박 2일에 비행 1시간 30분, 그리고 먹방 여행의 성지. 그래서 냉큼 예약하고 출발해 버렸습니다.

제가 연태를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물리적 거리입니다. 인천에서 연태까지 비행시간이 딱 1시간 30분입니다. 제주도 가는 느낌으로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예요. 중국 항공 기준으로 이 짧은 비행에도 기내식을 제법 두둑하게 주는데, 비행기에서 사과칩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알고 보니 대추칩이었던 소소한 사건이 첫 번째 연태 체험이었습니다. 둘째는 가격. 제가 목표로 잡은 총 경비가 40~50만 원이었는데, 실제로 다 쓰고 보니 30만 원대에서 컷이 됐습니다. 물론 이건 혼자 다닐 때 기준이고, 숙소에 4만 원을 쓴 덕이 크기도 하지만요.
연태는 사실 관광지로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습니다. 볼거리보다 먹을거리가 확실히 우세한 도시예요. 그러니까 거꾸로, 맛있는 걸 싸게 잔뜩 먹고 싶은 분들한테는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마라샹궈의 진짜 맛
연태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짐도 아니고, 관광지 검색도 아니고, 마라샹궈 맛집 찾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먹는 마라탕은 꽤 알고 있는데, 정작 중국 본토에서 먹는 마라샹궈는 처음이었거든요.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마라샹궈란, 재료를 직접 골라 담으면 볶아주는 방식의 중국 마라 요리를 말합니다. 마라탕이 육수에 재료를 끓여내는 방식이라면, 마라샹궈는 기름에 볶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둘을 한 가게에서 같이 팔지 않습니다. 마라탕 전문점, 마라샹궈 전문점이 철저히 구분되어 있어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가게들은 대부분 두 메뉴를 같이 팔기 때문에, 저는 처음에 이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간 로컬 마라샹궈집은 가격이 15.5위안이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대략 2,800~3,000원 수준이에요. 그것도 밥이 무료로 따라오고, 그냥 한 공기가 아니라 거의 고봉밥으로 내어줍니다. 가게 입구에는 아예 "1인 15~20위안이면 충분하고, 2인이면 이 정도"라고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 있었어요. 처음엔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 말이 딱 맞더라고요.
마라 향이 엄청 강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적당히 매운데 자극적이지 않고, 제가 무작정 집어 담았던 생선살이 특히 압도적으로 부드러웠어요. 첫날 먹고 너무 맛있어서, 연태 마지막 식사도 같은 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중국 당면을 더 많이 넣었고, 이번엔 훨씬 자신 있게 재료를 골랐습니다. 만약 연태에서 딱 한 가지만 먹어야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마라샹궈를 고르겠습니다.
훠궈, 개불덮밥 — 특이한 미식문화
먹방 여행이라는 목표를 세웠으니 마라샹궈 하나로 끝날 수는 없었습니다. 저녁은 완다플라자(완다몰) 안에 있는 훠궈 전문점, 구오샤오야(锅小鱼)로 향했습니다. 여기서 훠궈란, 끓는 육수에 재료를 직접 익혀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를 말합니다. 다만 이 집은 일반 훠궈와 달리 회전식 컨베이어 벨트로 재료가 돌아오는 방식이었어요.
1인당 가격은 20위안. 무한리필입니다. 한국 돈으로 약 3,600원 수준인데 무한리필이라는 게 처음엔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저는 마라맛이랑 토마토탕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토마토탕을 선택했는데, 맵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청양고추가 들어가 있어서 생각보다 꽤 매웠어요. 역시 중국에서 매운 건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생선살. 이걸 꼭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두 번 강조해도 모자라요. 훠궈집 생선살이 이렇게 살살 녹는다는 게,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다음 날 점심은 왕자후(王子后)라는 로컬 해산물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연태에 오면 대부분 한국 여행자들이 국내춘이라는 유명 맛집을 가는데, 저는 고덕지도 앱 리뷰를 꼼꼼히 살펴본 끝에 평점 1위인 이 집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처음 먹어본 메뉴가 개불덮밥입니다. 비주얼만 보면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실제로는 비린 맛이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개불이란, 갯지렁이과의 해양 생물로 중국 해안 지역에서 식재료로 즐겨 쓰이는 식품을 말합니다. 식감이 곱창과 정말 비슷해서, 곱창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마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을 거예요. 간장 소스까지 너무 잘 어울려서 마지막 식사였던 게 정말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 마라샹궈: 15.5위안, 밥 무료, 로컬 현지인 전용 분위기. 연태 1위 추천 음식.
- 훠궈 (구오샤오야): 20위안 무한리필, 회전식. 생선살 필수 주문.
- 개불덮밥: 비린내 없음, 곱창 식감. 첫날부터 알았다면 두 번은 갔을 맛.
연태 가성비 여행 총정리
연태를 관광지로 기대하고 오시면 솔직히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소청리의 야경은 중국 특유의 붉은 등과 골목 정취가 살아있어서 나름 볼 만하고, 조양가 거리는 건물마다 개성 있는 그림과 사과 모양 조형물이 귀엽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면 바다조차 "한국 바다가 낫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도 있어요. 저도 숙소에서 30분 택시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갔다가 그냥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돌아왔으니까요.
반면 먹는 것에 기준을 두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현지 물가 기준으로 끼니 하나에 1만 원을 넘기기가 오히려 어렵고, 숙소도 4만 원이면 시내 접근성 좋은 곳을 잡을 수 있습니다. 힐튼이나 메리어트 같은 브랜드 호텔도 10만 원 초반대라고 하니, 연태는 호캉스 여행자들에게도 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연태가 가성비 여행지라는 말을 놓고, 어떤 분들은 "가성비라는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볼거리가 적고, 도심 분위기가 세련되지 않고, 디디 택시를 탔더니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경험 같은 것들이요. 저는 이 불편함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비흡연자로서 10분 내내 담배 냄새 속에서 어지럼증을 느끼며 탔던 그 택시는 꽤 고통스러웠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연태를 "짧게, 싸게, 맛있게"라는 기준으로 놓고 보면 손에 꼽을 만한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 기준에 더 무게를 두느냐는, 결국 여행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죠.
고량주는 마트에서 39위안, 사과칩 세 봉지와 사과 주스 합쳐서 9,000원대, 모든 식사를 합산해도 총 여행 경비가 30만 원대였습니다. 1박 기준으로 국내 여행보다 어쩌면 더 저렴한 해외여행이 가능한 곳이 연태입니다. 중국 무비자가 유지되는 동안, 스카이스캐너에서 연태행 항공권이 저렴하게 뜬다면 저는 망설이지 말고 가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