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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팅은 이틀 전, 숙소 예약은 도착 당일. 그게 제 이번 제주도 여행의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으면서도, 출발 전날 밤에 이미 기분이 들떠 있었어요. 계획 없이 오는 여행이 저한테는 이상하게 더 잘 맞거든요.

무계획 여행, 실제로 해보면 어떨까요
제주도 즉흥여행을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뭔지 아세요? "숙소가 없으면 어떡하지",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지 않을까"입니다. 맞아요, 저도 그 두 가지를 다 경험했습니다. 이틀 전 티켓팅을 하다 보니 미리 예약했을 때보다 확실히 더 비쌌고, 숙소도 당일 잡으니까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신라스테이 기준으로 당일 예약이 11만원이었는데, 일주일 전에 잡으면 8만원 언저리까지 내려가는 걸 검색하면서 직접 봤습니다. 그러니까 즉흥여행은 분명히 돈을 더 씁니다. 그걸 감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에요.
저는 계획을 세우는 게 스트레스입니다. 여기서 계획 여행과 즉흥 여행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면, 계획 여행이란 일정·숙소·식당을 미리 확정해두고 움직이는 방식이고, 즉흥 여행은 출발 후에 모든 걸 그때그때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미리 짜놓은 일정은 저한테 그냥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체크리스트를 소화하는 느낌이랄까요. 그게 여행이 아니라 업무처럼 되어버리는 순간 여행의 의미가 사라지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즉흥으로 갑니다.
그리고 렌트카를 안 빌린 것도 이번 제주에서 해본 선택이었는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술을 곁들이기 때문에요. 여기서 제주도 대중교통이 "생각보다 잘 돼있다"는 표현을 쓰고 싶은데, 실제로 버스로도 시내권은 충분히 다닐 수 있었어요. 다만 저희처럼 가다가 택시 타고 싶으면 타는 방식으로 움직이면 사실 렌트카 없이도 불편함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는 게 더 큰 이점이었어요.
- 티켓 비용: 이틀 전 예약 기준 미리 살 때보다 명확히 더 비쌌음. 즉흥 여행의 실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간.
- 숙소 비용: 신라스테이 당일 예약 11만원 vs 일주일 전 예약 8만원 이하. 약 3만원 이상 차이.
- 렌트카 대신 버스+택시: 음주를 고려한 선택. 제주 시내권은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했음.
- 짐: 백팩 하나. 이동의 자유도가 달라짐. 어디든 즉흥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음.
솔직식당 멜조림, 왜 비행기 타고 먹으러 오냐면요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솔직식당이었습니다. 제주 시내에 있는 고깃집인데, 저는 육지에 있을 때도 "저거 먹으러 비행기 타고 다시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한 곳이에요. 두 번 방문해봤고, 이번이 세 번째였는데요. 여기서 멜조림이 무엇인지 설명하면, 멜조림이란 제주 방언으로 멸치조림을 뜻합니다. 여기서 파는 방식이 조금 독특한데, 가브리살을 구워 먹으면서 그 위에 통멸치 조림을 올려서 같이 먹는 거예요. 고기를 조금 펴서 멸치를 올리면 가시가 자연스럽게 발려지는데, 그 상태로 한 입 먹으면 고기 육수와 해산물 육수가 섞인 맛이 납니다.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고기 다시다랑 해산물 다시다를 동시에 먹는 맛이라고 하면 가장 가깝겠어요.
단점도 있습니다. 조림이니까 당연히 짭니다. 그 짠맛 때문에 밥이 엄청 들어가요. 소주는 두 명이 각자 한 병씩 마셨는데, 이날은 한 병으로 절대 부족했습니다. 결국 한 병씩 더 시켰어요. 저는 평소에 소주 한 병이 적당한 사람인데, 이 음식 앞에서는 안 되더라고요. 그게 이 식당의 힘인 것 같아요.
근처에 낭뿌리 식당이라는 곳도 생겼어요. 여기서 낭뿌리란 제주 방언으로 나무 뿌리를 뜻합니다. 거기도 나쁘지 않다고는 하는데, 저는 솔직식당을 두 번 다 직접 가봤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에요. 제주도에서 고깃집 한 곳을 정해야 한다면 저는 솔직식당 멜조림을 먼저 추천합니다. (출처: 네이버 지도 - 솔직식당 위치 확인)
갈치조림 3만원에 제주산, 그리고 여행을 하는 이유
다음 날 아침은 고기국수로 해장을 했습니다. 근처에 국수만찬이라고 제주 시내 고기국수 맛집이 있었는데, 술 먹고 나서 뭔가 당기는 게 국물이잖아요. 멸치육수 베이스와 고기 육수 베이스 두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숙취 해장에는 확실히 맞는 선택이었어요. 저는 어젯밤에 배가 고파서 살짝 깼는데, 라면 먹고 싶은 걸 참고 아침 국수로 넘겼습니다.
저녁은 황해식당에서 갈치조림을 먹었는데요, 여기가 솔직히 좀 놀라웠어요. 갈치조림 하나에 3만원인데 제주산 갈치를 씁니다. 여기서 제주산 갈치란 제주 근해에서 잡아온 갈치를 뜻하는데, 유통 과정 없이 신선도가 높은 편입니다. 3만원이라는 가격에 제주산을 쓴다는 게 사실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사장님이 직접 배 타고 잡아오지 않는 이상 가능한 구조가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가성비가 돌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서 노을을 봤어요. 보리빵 하나 손에 들고요. 감성 카페도 들렀는데, 땅콩 라떼를 시켰더니 땅콩잼을 잔뜩 넣은 맛이 났는데 미숫가루 같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에 "여행이란 뭔가"라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라는 말이 나왔어요. 저는 20대 초반부터 여행에서 뭘 보고 어딜 가냐보다는 어디서 자고 뭘 먹냐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취향이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집을 떠나는 것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거예요.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해요. 사람을 지탱하는 건 일상이고, 나아가게 하는 건 새로움이라고요. 저는 이 말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이번 제주 즉흥 여행도 사실은 그 "지탱"을 위한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 무작정 나온 것처럼 보여도, 그게 저한테는 가장 잘 맞는 방식의 재충전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무계획이 곧 불편함은 아니라는 겁니다. 비용은 더 들고 선택지는 줄어들지만, 짐이 백팩 하나라서 어디든 방향을 틀 수 있었고, 술 한 잔이 당기면 택시를 탔고, 노을이 예쁘면 그냥 멈춰서 봤습니다. 저는 그게 여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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