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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왜 제 주변은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투성일까 하는 고민을 자주 합니다. 어쩔땐 제 한 평생 업보인가싶기도하고, 제 사주나 팔자가 문제가 있나 싶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공감 능력이 좋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누구보다 애쓰는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이라는걸 집단상담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HSP, 즉 고도로 예민한 사람일수록 이 패턴에 반복해서 노출되었고 본인이 소진되는 관계에 엮여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HSP 인복 없는 이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는 지입니다. 개인이 겪는 상처나 트라우마의 원인은 결국 모두 사람에게서 기인하기때문입니다. HSP란 Highly Sensitive Person, 즉 자극에 대한 감수성이 일반인보다 높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기질적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좋고, 긍정적인 면을 보려 하고, 관계를 중요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려고 하지만 , 정작 진짜로 선하게 대해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줄 모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본인의 취약점을 드러내기 십상이고, 그로인해 겉으로는 선하나 내면에는 악한 의도가 있는 자들에게 너무나 쉽게 희생양으로 걸려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도민감인은 마치 자신의 주변에 인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지 모르나 실상은 인복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가 바로 이런 성향인데 제 곁을 지나간 수 많은 사람 중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었을 텐데 , 제가 생각해도 좋은 사람에게 너무 무심했고, 반면 그럴 가치 없는 사람에게 너무 내 시간과 애정을 할애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제 곁에는 좋은 사람도 나쁜사람도 모두 남지 않았거든요.
요약: HSP의 공감 능력과 관계 중시 성향이 오히려 좋은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취약한 구조를 만든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수동공격
대화에 담긴 의도를 절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수용적이고 다 들어줄것처럼 행동하면서, 실제로 원하는 속내와 의도를 교묘하게 숨겨서 상대를 통제하려고하는 의도가 있습니다. 아주 사소한 예를들면 가족 끼리 저녁외식 메뉴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엄마가 고도민감인 자녀에게 먹고싶은 메뉴를 말하면 그걸 먹으러 가자고 제안합니다. 자녀가 먹고싶은 메뉴를 정해서 말하자, 갑자기 엄마는 "음 너는 그게 먹고싶어? 진짜?아빠는 뭐 먹고싶은지 물어볼까?"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분명히 먹고싶은 메뉴를 말하면 그걸 먹으러 가자고 했으면서도 다같이 먹어야하니 합의가 필요하다는 속내를 절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는 꽤나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래. 네가 먹고싶은거 먹자"며 자녀가 고른 메뉴를 먹으러 식당에 갑니다. 식당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면서도 "먹고싶다는 걸 먹으니 어때?맛있니? 만족스럽니?" 같은 부정적 의도가 담긴 뉘앙스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고도민감인 자녀는 '아 엄마는 이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억지로 먹는구나'같은 신호를 알아차립니다. 그러면서도 "네가 정한 것을 먹으니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다"며 겉으로 표현해서 철저히 속내를 숨깁니다. 엄마는 분명히 식사가 만족스러웠다고 말하는데 말하는 표정이나 젓가락질은 불만족스러운것 같고 어딘가 살짝 화가 난 것 같은 분위기를 HSP는 단숨에 파악하고 숨은 의도를 알아차립니다.
게다가 이 통제주체들은 고도민감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고 계속 모순된 반응과 의도가 담긴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고도민감인의 기질 상 , 통제주체의 상반된 의도에 깊이 집중해 들여다보려는 순간 또 다른 공격이 들어오면 머리가 멍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상대가 의도한대로 따라가게 됩니다. 통제주체들은 바로 이 복종의 구조가 생기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요약: 겉과 속이 다른 반응과 이야기를 통해 HSP를 혼란에 빠뜨려 사과와 복종을 유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책임전가가 만드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구도
통제자들은 책임전가를 통해 잘못된 것은 모두 고도민감자의 탓으로 돌리는 구조를 만들어내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다집니다.
예를들어 엄마가 HSP인 자녀에게 엄마가 없을때 동생을 잘 돌봐야한다고 역할을 부여합니다. HSP자녀는 본인도 어리지만 또래친구들과 놀 시간도 꾹 참고 동생을 돌보는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잠깐 사이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상처가 난걸보고 집에 돌아온 엄마는 HSP자녀의 희생을 위로해주기보다 부족한점을 나무라기에 바쁩니다. 그렇게한 뒤 또 다시 같은 역할을 부여해서 HSP자녀가 더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배자로서 우위를 점하고 피지배자인 HSP자녀는 지배자에게 인정받고싶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게됩니다.
이렇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정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관계의 위계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에서는 피지배자가 책임을 뒤집어씁니다. 저는 이걸 직장에서 매번 느낍니다. 제가 직장에서 상대해야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저에게 어떻게 하면 책임을 더 전가할지 궁리를 하는게 일상이라서 , 저는 저를 지배하려는 신호를 동물처럼 알아차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이 미묘한 지배자와 피지배가 만들어지는 신경전이 저를 고갈시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요약: 책임전가는 지배-피지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개인이 어떤행동을 하고 불규칙한 보상이 올 때 그 행동에 가장 중독된다고 말합니다. 심리지배자들은 본능적으로 이를 활용합니다. "왜 그랬어?" → "아니야, 잘했어" → "근데 더 잘할수있지?" → "넌 똑똑하니까 무슨 말인지 잘 알거야" 처럼 당근을 줬다 채찍을 줬다 하는 이 패턴이 HSP를 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고도민감인들이 대부분 이런 관계에서 피지배자가 되는 이유는 관계를 유지하는데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상대의 모순된 말 속에서 숨은 의미를 찾으려 머리를 싸매고, 자책과 혼란을 반복하면서 순종하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상대가 나의 이해를 받을 만한 사람인지 구별하는 안목이 HSP에게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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