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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일지

HSP의 예민함을 장점으로 바꾸는 방법 (특성, 감정 라벨링,식단)

고도민 2026. 10. 8. 13:45

목차


    하루에도 수백명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보면  , 선하고 예의바른 사람도 만나지만 나쁘고 예의 없는 사람도 만나게됩니다. 거의 매일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점점  부정적인 사람이 남기고 간 감정의 무게가 나의 내면에 쌓이는 게 느껴집니다. 어떤 날은  근무 쉬는시간에 잠깐 화장실을 가려다가 누가 갑자기 "질문이 있는데 뭐 좀 물어봐도될까요?"라고 나를 잡아세우면 "아니요. 지금 안됩니다."하고 자리를 피해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땅만 보면서 겨우 인파를 헤치고 조용히 휴게실에 앉아있으면, 그제야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 찾는 느낌이 납니다. 저도 예민함 때문에 지금도 삶이 고달프다고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 예민함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블루 오션을 금방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HSP라는 기질적 특성

    저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내내 자유의지로 학원을 다니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를 다녀오고 나서 또 또래친구들이 모여있는 학원에 재차 가서 하루 종일 붙어있는다는게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또래 친구들과 있으면 재밌는 일도 물론 많이 있지만 수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보습학원은 결국 목적이 성적에 있었고 또래친구들과의 순위 경쟁에 불을 붙이는 일이라는게 저한테는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때부터 이미 경쟁에서 이겨야겠다는 마음보다 도태되어 순위 밖에서 마음편한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이런 저의 성향이 HSP라는 건 성인이 되고나서  알았습니다. 타고난 뇌의 생리적 특성으로, 주변 자극을 다른 사람보다 훨씬 증폭된 형태로 수신하는 기질입니다. 살면서 습득된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자율신경계의 특성이라 그동안 제가 살아온 환경이나 저의 선택이 왜 남들과는 달랐는지 설명이 됐습니다.
    저처럼  스스로가 예민한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예민함 자체는 어떤 문제나 해결해야하는 일이 아닙니다. 이 예민함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제가 소리에 극도로 민감해서, 음량이 큰 공연장에 가면 심장이 뛰어서 속이 울렁거리거나, 볼펜을 의미없이 딸깍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타인과 함께 보내는 하루에 쉽게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처럼, HSP는 다른 사람이 10으로 느끼는 자극을 50, 심하면 100으로 받아들입니다. 감각이 크게 증폭되다보니 이를 처리하는 에너지가 훨씬 소모가 많이 되는 구조라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HSP 기질에 대한 더 구체적인 학술적 정의는 출처: Dr. Elaine Aron 공식 HSP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정 라벨링의 힘

    예민한 사람들이 관계에서 유독 많이 지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감 능력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입니다. 관계적으로 가까운 사람인것과 관계없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짜증을 내면 나도 짜증이나고, 누군가 힘들어하면  저 또한 몸이 축 처지면서 기운이 빠집니다. 주변에서는  "공감 능력이 좋다"고 받아들이지만, 그 상태가 지속되면 저는  결국 스스로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제게 부정적 기운을 던지고 가면 메모장을 켜서 어떤 상황이었고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적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규칙을 따르지 않고 본인 주장만을 고집해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게 전부입니다. 감정 라벨링이란 내가 경험한 감정과 상황을 문장으로 적어 기록하는 방법입니다. 핵심은 "나는 무기력하다"가 아니라 "나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문법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차이지만, 효과는 다릅니다. 전자는 내가 그 감정 자체가 되어버리고, 후자는 내가 그 감정을 경험하는 주체로 분리하는 겁니다.
    하루를 일기처럼 기술하는 게 아니라, 오직 감정 하나를 한 문장으로 객관화하는 행위입니다. 특히 사람관계에서 감정이 격동할 때 이 방법이 유용합니다. 감정을 객체화하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관망할 수 있습니다.

    식단과 장 건강이 뇌에 미치는 영향

    저도 한때 예민한 성격을 고쳐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이건 고치는 게 아니라 잘 관리해야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관리에서 나의 신체건강과 식단이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경험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장과 뇌는 해부학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두 기관이지만, 장의 환경이 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임상근거가 있다고합니다. 서양의 일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불안, 공황, 우울, ADHD 등의 신경계 증상을 장 환경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는 우리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음식에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정제당류, 카페인 등 흰쌀밥, 빵, 면, 밀가루 음식, 커피, 술이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예민한 기질을 두세 배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캐모마일이나 페퍼민트 같은 따뜻한 허브티를 마시면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도 커피는 꼭 디카페인으로 마시고,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적은 빈도로 먹고, 평소에는 직접 만든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고치면서 스스로도 예전보다 많이 안정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장 건강을 위해 보충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도 섭취하고있습니다.
    장-뇌 연결에 관한 임상적 근거는 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예민함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닙니다. 저도 한때 제 예민함을 없애려고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에 가보기도하고, 시끄러운 음악도 일부러 듣기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 예민함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습니다. 저는 이 기질 덕분에 섬세한 부분을 잘 감지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내면을 잘 읽어내고, 처음 맡은 업무도 어렵지 않게 금방 처리해내서 업무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기도 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살아가는데 상당한 이점을 많이 취할수있다는 점을 꼭 마음속에 새겨야합니다.
    다만 예민한 사람일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의 내면이 먼저 여유를 누리고 평화로워야 타인에게도 관용을 베풀수 있습니다. 저는 쉬는 날에는 꼭 수영장이나 헬스장을 찾아서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업무를 할 때도   점심시간이라던지 긴 휴식시간에는 꼭 나 스스로를 위해 할애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의 자유의지로 하는 것 자체가 치유가 됩니다. 그 1~2시간이 살아가는 원동력을 줍니다.
    한국에서 HSP가 특히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집단에서 다른 사람은 '별난 사람'으로 보는 문화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 시선을 느끼며 자랐고 현재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예민함은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예민함은 갈고닦으면 빛나는 고유한 무기입니다.